{壬辰倭亂과 慶尙右道의 義兵運動}
우인수* 1 임진왜란에 대해서는 실로 많은 연구가 다양한 측면에서 있었다. 한·중·일 동양 삼국이 관계된 미증유의 전쟁이었기 때문에 국제질서의 변동이라는 국제관계와 관련된 측면, 국내적인 입장에서 조선왕조의 변화상, 임진왜란의 성격, 극복의 원동력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많은 연구 성과가 집적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본고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의병에 대해서도 수많은 연구자의 관심이 집중된 바 있다. 그러함에도 이 저서가 주목을 받는 것은 먼저 경상우도라는 한정된 지역을 범주로 설정한 점이다. 지금까지 의병 관련 연구들이 주로 전국적인 차원에서의 일반적인 논의를 대상으로 하였거나, 또는 의병장 개별 인물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것이 대체적인 경향이었는데, 전자는 너무 넓고, 후자는 너무 좁은 면이 한계로 지적될 수 있었다. 저자의 연구는 그 중간 정도의 적절한 범위를 설정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경상우도라는 단위 지역을 치밀하고 면밀하게 분석함으로써 다른 연구와의 차별성을 확보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 지역의 대표적인 의병장들의 활동을 꼼꼼하게 파악한 위에 남아있는 자료를 최대한 발굴 활용하여 사실성을 더하고 있다. 2 아래에서는 이 책의 목차를 간단히 살펴본 다음, 각 장별로 서술된 내용을 간략히 살피되, 새로운 관점에서 새롭게 밝혀진 내용을 중심으로 하여 살펴보도록 하겠다.
Ⅱ장에서는 임진왜란 이전 경상우도의 상황을 사회경제적 배경과 군사적 배경으로 나누어 정리하였다. 각종 세금의 과중한 부담으로 백성들의 삶이 악화되었다는 점을 지적하였는데, 이는 당시 전국적인 현상이었다고 하였다. 특히 경상우도 지역에서 문제시된 것은 축성과 관련된 부담의 과중과 수군의 비중이 높았던 점을 들었다. 아울러 경상우도 지역이 전략적 위치에서 중요한 요충지였음도 지적하였다. Ⅲ장에서는 의병운동의 기반과 조직을 다루었다. 경상우도 의병의 사상적 기반을 남명에게서 찾았고, 사회적 기반은 향약류의 실시를 통한 향촌지배력에서 찾으면서 대표적인 의병장인 김면의 사례를 통하여 자세히 분석하여 밝히고 있다. 경제적 기반은 많은 토지와 노비의 보유에서 비롯된 경제력에서 찾았는데, 이를 박진영 가문의 노비수와 오운 가문의 토지소유 규모의 추적으로 구체적으로 밝혔다. 그리고 경상우도 의병의 구성은 사족과 평민의 '연합론'적 시각에서 접근하여 하층부를 의병의 주체로 중시하였는데, 구성 조직되어지는 실제 과정은 김면과 곽재우의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밝혔다. Ⅳ장은 의병운동의 전개와 각 계층의 동향이다. 경상우도 의병운동이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과 의병운동이 지속적이지 못했던 상황을 검토하였다. 한편 의병의 조직을 초기의병과 후기의병으로 나누었는데, 그 기준이 된 것은 의병장의 관직 제수와 군량의 지급 시점이었다. 즉 순수 의병에서 준관군화되어 가는 과정을 계기적으로 구분 파악한 것이다. 경상우도의 의병의 성격을 향병으로 규정하고, 그 향병인 의병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상층민과 하층민의 결합과 유대의식에서 찾았다. 그리고 경상우도 의병운동의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으로 1·2차 진주성전투를 지적하였는데, 1차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관군과 준관군화한 의병이 외곽에서 지원하였던 데 기인하였으며, 2차에서 실패한 것은 空城論과 守城論으로 나누어진 지휘체계의 혼란에서 찾았다. 그 후 조정의 의병통제책으로 인해 많은 백성들이 의병에서 이탈되어 갔으며, 생활고로 인해 오히려 반란에 가담하거나 도적이 되어 유리하는 상황에 대해 살폈다. Ⅴ장은 의병운동 전후의 정국 추이를 살폈는데, 이는 의병운동이 정국에 미친 영향과 관련된 것이기도 하다. 남인과 서인의 의병관은 충군의식이 전제되었지만, 북인의 의병관은 향보적인 성격이 강하여 서로 달랐음을 밝히고, 이러한 점이 임진왜란 중과 그 이후에 정치세력간 갈등으로 발전하였다고 하였다. 이상에서 책의 내용을 목차별로 간략히 살피면서 저자의 새로운 관점과 주장에 대해서는 강조하면서 제시하였다. 이는 이 책이 가진 요점이자 장점이기도 한 것이다. 3 다음으로는 책을 읽으면서 평자가 느낀 점을 중심으로 몇 가지 사항에 대하여 좀 더 검토해보도록 하겠다. 첫째, 제목과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제목에 비해 내용이 부족한 부분이 있거나 또는 제목에 걸맞은 정곡을 얻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짐작컨대 장·절의 제목을 먼저 정하고 난 후 그에 맞추어 본문 서술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본문 서술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상태에서 장·절의 제목을 조정하다보니 본문이 미처 제목을 따라가지 못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어쨌든 이는 책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단점이 될 수 있다. 예컨대 Ⅱ장 의병운동의 배경의 경우, 의병들이 목숨을 걸고 떨쳐 일어난 배경이 어디에 있었는가에 대한 속 시원한 분석을 기대한 독자들은 아쉬움과 허전함을 느낄 것이다. 저자가 제시한 경상우도의 사회경제적 제반 모습이나 군사적 상황이 당시 경상우도의 상황을 짐작하는 데는 도움이 되겠으나, 의병이 일어나는 데 실제 어떤 배경으로 기능하였는가에 대한 직접적인 연결이 미흡한 채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저자가 지적한 세금이나 부역의 과중은 백성의 부담을 가중시킨 것으로 의병운동을 제한하거나 저해하는 방향으로 기능하였을 수 있겠기 때문이다. 군사적 변화와 상황에 대한 서술도 관군이 피폐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한 설명은 되겠으나 의병이 일어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한 이해로 바로 연결되기는 다소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점은 Ⅲ장 1절의 재지사족의 정치적 기반을 다룬 부분에서도 보인다. 경상우도에서 의병이 일어날 수 있었던 정치적 측면에서의 기반을 추구한다고 하였으나, 실제로는 정치적 측면에서의 기반이라기보다는 정치적 상황을 논급하는 데 더 치중한 느낌이 든다. Ⅳ장에서 민의 동향을 다룬 부분도 그 자체로는 의미가 있는 작업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의병 하층부가 의병 대열에서 이탈하였다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이 부분의 서술이 주된 주제인 의병과 어떤 직접적인 관련을 가지는가 하는 점이 명쾌하게 전달되고 있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Ⅴ장의 많은 부분도 정국의 추이라기보다는 정치세력 내지 의병세력 간의 알력과 갈등에 대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주로 곽재우를 중심으로 좁게는 의병장을 지냈던 인물간의, 넓게 보더라도 정치 세력간의 정책의 차이점을 보여주는 데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둘째, 향병과 관련한 용어와 그 개념 문제이다. 저자는 향토 수호라는 점과 향촌 기층민의 참여를 강조하려는 의도에서 향병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듯하며, 경상우도 초기 의병은 향병이었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저자는 기존의 향병과 충의군 개념을 차용하여 의병을 지역 방위에 목표를 둔 향병과 한성 수복 및 실지 회복에 목표를 둔 충의군으로 구별하고 있다.(149쪽) 즉 향병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충의군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충의군이 향병에 대비될 수 있는 구별되는 용어인가는 좀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더 욕심을 부린다면 의병의 성격을 규정할 저자의 새로운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본다. 셋째, 의병장의 관직 제수와 관련한 부분에 대한 해석 문제이다. 저자는 의병장의 관직제수를 근왕병으로의 변질로 표현하고, 또 의병장의 인식의 한계를 드러낸 처사로 파악하였으며, 나아가 의병의 순수성을 훼손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듯하다. 의병장의 대부분은 양반 지배층으로서 전직 관료였거나 적어도 관료 후보군에 속해 있던 인물들이었다. 따라서 그들이 관직의 제수를 받은 것은 자연스런 일로 볼 수 있다. 조정의 입장에서도 전시 체제라는 다급한 상황에서 베풀어 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보상책이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관직 제수를 두고 '지배층의 이익을 대변한 것'(186쪽)으로 평하거나, '충군적 입장을 갖게 하여 결국 의병운동의 한계로 작용'(186쪽)한 것으로 평가하는 것은 너무 단선적인 논리 전개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관군 내지 국가적 입장과 의병을 너무 대립적인 구도로 보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의병에 참여한 사람들도 국가 전체의 이익과 무관할 수 있었다고 보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상 본서를 읽으면서 느낀 점을 구성 체제, 용어와 개념, 史實에 대한 해석을 중심으로 몇 가지 생각해볼 점을 제시하였다. 더러 평자의 잘못된 이해와 인식에서 비롯된 지적도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몇 가지 지적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많은 장점과 충분한 가치가 있는 연구서임을 다시 한번 강조해둔다. 저자 자신도 지적한 바 있듯이 이 책은 평생 연구의 중간 점검이지 최종 완성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연구 성과를 일단 마무리하여 튼튼하게 다진 다음 그를 토대로 하여 더 뻗어나가기 위함인 것이다. 저자가 여러 가지 지적과 비판을 딛고 넘어서서 더 높고 성숙한 연구의 지평을 개척하기를 기대하고 믿어마지 않는다. |